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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랑방입니다.
[27552] 전원주택 건축과 인건비
박지훈.임프 [cbuilder] 5134 읽음    2018-01-11 03:03
아시다시피 저는 지난해 1년 내내(?) 집을 지었습니다. 직영공사를 한 건데요. 그냥 직영공사도 아니고, 건축 전과정에 제가 함께 일했습니다. 손은 좀 느리고 익숙하지 않지만, 몇년간이나 착실하게 공부를 많이 해둔 덕에 실제 세이브가 꽤 되었다고 봅니다.

각설하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할 건축비를 공개합니다. 두둥.

자재비 1억, 인건비가 1억, 총 딱 2억이 들었습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직영공사이고 내내 같이 일했는데 인건비가 왜 이리 많이 들었나 싶으실 겁니다. 사실 인건비 아낄 수 있는 부분에선 많이 아꼈습니다. 제가 직접 할 수 있는 공정은 아예 저 혼자 했고, 마눌님이랑 둘이서 낑낑대면서 한 작업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전체 건축비의 딱 절반이 인건비로 들어가더군요.

물론 전체 건축비로 보면, 집의 크기나 여러 품질에 비하면 엄청나게 적게 들어간 건 맞습니다. 제가 지은 집은 건축법상 연면적은 39.3평이고, 세법상 면적은 다락방 10평이 더 포함되어 49.3평이며, 세법에조차도 안잡히는 꼼수 추가 면적이 더 있어서, 실제 면적은 60평이 훌쩍 넘어갑니다. 제 주제에는 엄청나게 큰 집인데, 뭐 최대한 작게 지으라는 전원주택 건축의 일반론을 크게 벗어났지만 제게는 만족스러운 크기입니다. 꼼수 면적을 제외하더라도 거의 50평인데 2억이 들었으니, 흔히 말하는 평당 건축비는 400만원에 그칩니다.

그에 비해 집의 건축적 품질은 제가 원하던 그대로, 대단히 높습니다. 건축 설계도 만족스럽게 잘 되었고, 경량 목조주택으로서의 기본 내진 성능 외에 각종 철물을 엄청나게 더 보강해서 내진을 포함한 구조적 안정성이 탁월하며, 건축법규보다 한층 더 강화된 단열과 기밀 작업으로 난방비도 통상적인 전원주택에 비해 크게 적게 들고요. 내외부 방수와 결로 방지 등에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공법들을 모두 동원했습니다.

제가 지난 5년간 공들여 공부해뒀던 대부분의 뛰어난 공법들이 다 적용됐습니다. 추정하기로 이 정도 면적과 품질의 집을 건축회사에 의뢰했다면 평당가 600만원 근처였을 거라고 봅니다. (목조주택이 최소한의 기본을 갖추려면 요즘 시세로는 적게 잡아도 400에서 시작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건축회사가 지었는데 300만원대라면 어딘가에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날림으로 짓지 않더라도, 보통은 뭔가 빼먹고 계산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작할 때부터 최소 50년 내구성의 집을 목표로 했고, 아직 확신은 아니지만 거의 그정도 갈 거라고 봅니다. 목조주택 건축에서 흔히 잘못 시공되거나 빼먹는 잠재적 하자 요인들을 모두 대비했기 때문입니다. 대충대충 지어진 목조주택의 내구성은 최악의 경우 5년차부터 망가지기 시작해 10년차 전에 회생불가능 수준까지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흔하게는 습기 통제에 실패해서 벌어지는 일이고요.

보통 일반 건축주들이 주택을 지으면, 건축회사에 맡기든 직영공사를 하든 집에 들어갈 자재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외장재와 인테리어 자재 선택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건축회사들도 홍보 자료에서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디자인과 "더 비싸고 좋은" 외장재와 내장재를 내세웁니다.

그런데 저는 외장, 내장재 지출을 최소화했습니다. 그건 집의 성능이나 편의성과 전혀 무관하고, 오직 비주얼과만 관련이 있습니다. 요즘은 외장재로 '세라믹사이딩'이 미려한 외관과 오염방지성 등등으로 많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많이 비싼 자재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일종의 타일인데, 이걸 건물 외벽에 금속 핀으로 지지해 고정하는 것입니다.

또 그보다 좀 더 저렴하고 더 많이 쓰이는 외장재는 스터코인데, 요즘 화재 확산 가능성으로 욕을 많이 먹고 있는 드라이비트와 사실상 같은 것입니다. (RC조에는 드라이비트, 목조에는 스터코) 이것도 세라믹사이딩보다는 저렴하지만 역시 만만찮은 비용이 듭니다.

저는 시멘트 사이딩을 선택했습니다. 목조주택 외장재로 쓸 수 있는 것 중 가장 저렴한 것들 중 하나입니다. 사실 더 저렴한 것으로 비닐 사이딩이 있긴 합니다만, 이 비닐 사이딩은 본질적인 저렴룩을 벗어나기가 불가능합니다. 시멘트 사이딩은 4미터 내외의 길쭉하고 폭은 20cm 정도의 얇은 콘크리트 판인데, 섬유 성분이 많이 첨가되어 있어 일반 콘크리트처럼 쉽게 부러지진 않고 목재처럼 휘는 탄성이 있습니다. 이걸 층층이 길게 쌓아올리고 못이나 타카로 고정합니다. (타카는 장기 내구성이 의심스럽고 반드시 못으로 고정해야 합니다)

이게 종류에 따라 한장당 3000~5000 정도 하니까, 엄청나게 저렴한 자재입니다. 이걸로 외장을 마치면 전체를 수성페인트로 도장합니다. 도장 인건비와 페인트가 들어가지만 그래도 세라믹사이딩이나 스터코에 비해 크게 저렴합니다. 저는 더 저렴한 일반 시멘트 사이딩 대신 약간 더 비싸지만 좀 더 모던하게 보일 수 있는 채널 사이딩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강렬한 푸른색 페인트와 밝은 회색으로 구역을 나누어 도장해서, 고급스럽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꽤나 모던하고 그럴싸한 모양새가 나왔습니다.

다른 자재들에서도 이런 식으로 자재 선택에선 돈을 많이 아꼈고, 자재별 소요량 계산과 주문도 직접 하고 일일이 용달비 주고 배송받아 자재를 직접 충당하면서도 많이 아꼈습니다. 필요한 모든 자재를 제가 선택하고 일일이 검수했으며 문제가 생겼을 때 자재상에 클레임과 협상도 진행하고, 남은 자재의 재활용과 보관 등도 물론 모두 맡아서 했습니다. 물론 자재비를 아꼈다고 해도, 외관에서 아꼈을 뿐이지 성능 면에서는 평균 수준을 훨씬 웃도는 자재들만 선택했습니다. 이건 자재들의 여러 특성을 충분히 공부해두고 다른 건축 사례들을 수도 없이 살펴봤기에 가능했고요.

반면 인건비는, 물론 아끼기도 했지만 아끼지 않기도 했습니다. 믿을 수 있는 작업자들을 선정하고 믿는 작업자가 요구하는 작업 소요 시간이나 비용 등에 대해선 전적으로 달라는 대로 다 해줬습니다. 처음 시작 단계부터, 건축설계사가 설계비를 1500만원을 요구했는데요. 그중 설계사 입장에서도 외주 실비로 나갈 절차에 대한 100만원만 제외하고 요구액수를 그대로 지급했습니다. 단 10원도 안깎은 거죠.

건축주가 설계비용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건 사실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어떤 사람은 더 많은 일을 해주면서도 좀 적게 부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일은 조금밖에 안하면서도 더 많이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깎으면 깎는만큼 그대로 결과물의 품질도 떨어진다는 겁니다. 확신할 방법은 전혀 없지만, 사전에 많이 알아봤던 다분히 빈틈 많은 지식만을 바탕으로 믿음이 가는 건축사와 요구한 액수 그대로 계약을 했고요. 그리고 결과물에서 그 액수만큼의 만족을 얻었습니다.

설계 이후의 단계들에서도 내내 그런 스탠스를 유지했습니다. 개노가다를 해서라도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공정은 직접 하면서 인건비를 아끼면서도, 요구한 인건비를 깎거나 같은 인건비에 이것도 더 해달라거나 하면서 간접적으로라도 깎으려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리하게 일하는 것 같으면 좀 더 휴식하고 더 일찍 퇴근하도록 강력하게 권하고 작업자의 개인 사정을 최대한 배려했습니다.

뭔가 앞뒤가 안맞지요. 한편으론 구두쇠처럼 아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없이 안아낀 모양새니까요.

왜냐하면, 좋은 자재와 좋은 공법이 집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니기 때문입니다. 집을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그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보람스럽게 일하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외관이 똑같아 보이더라도 실제 품질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집니다. 또 때로는 그런 배려가 결과적으로 작업속도를 더 높여주거나, 다른 부문에서의 비용을 상당히 낮춰주기도 합니다.

저는 저 자신도 IT엔지니어이고, 또 IT산업의 구조상 건축과 비슷한 면이 많다보니, 다른 업계이긴 하지만 인건비의 이런 측면을 20년 넘게 직접 겪어왔습니다. 제가 원하는 더 안정적이고, 더 내구성 높고, 더 단열이 잘되며, 더 보기좋은 집은, 그렇게 지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접근은 결과적으로 대단히 성공적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면에서 제가 오랫동안 계획하고 희망하던 바로 그런 집이 만들어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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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쓴 이유는, 인건비에 대한 국내 통상적인 인식에 대해 몇마디 쓰고 싶어서였습니다. 자재, 제품은 깎을 수 있는 한 최대한 깎아도 됩니다. 공산품이 더 싸게 샀다고 해서 품질이 떨어질 리가 없고, 웬만큼의 사전 지식이 있으면 간혹 있는 비양심 유통업자도 걸러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건비는, 적정인건비로부터 단 한푼이라도 깎으면 깎을수록 결과물의 품질은 뚝뚝 떨어집니다.

그런데 국내의 통상적인 인식은, 실물 자재에 대해선 넉넉하게 좋은 걸 쓰려고 하면서 반대로 인건비는 걸레 짜듯 쥐어짜는 경우를 너무도 흔히 봤습니다. 당장 우리 업계인 IT업계에서도 그렇습니다. 수십억짜리 프로젝트를 보자면, 그중 60~70% 이상을 서버 등 장비 구입비에 필요 이상으로 넉넉하게 할애하고, 실제로 일을 하는 개발자에 대한 인건비는 '무자비하게' 후려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봤습니다.

그런 경우의 인건비에 대한 인식은 아마도, 말이 안통하는 실물은 못깎지만 생떼가 통하는 사람 몸값이야 깎을 수 있지, 이런 거 아닐까 싶은데요. 사실은 그런 인식과 전혀 정반대라고 봅니다. 실물은 같은 물건을 깎아서 사거나 가성비를 따져서 대체물을 구입해도 되지만, 인건비는 무리하게 깎으면 반드시 깎은 액수보다 훨씬 더 많이 품질이 떨어집니다. 이건 노동자의 성의나 열정 따위로 대신 메꿀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참 순진한 희망이지만, 노동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국민 전반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아이 [tsirorret]   2018-01-11 08:59 X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무리 비싼 수퍼컴이 있어도 쓸 사람이 그 컴의 성능을 좌우 합니다.
집 한번 꼭 구경가고 싶습니다.
박지훈.임프 [cbuilder]   2018-01-11 10:57 X
봄에 날 좀 풀리면 한번 놀러오셔요~ ^^
가평이라면 멀게 느껴지시겠지만 서울양양고속도로 설악IC 바로 근처라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답니다. ^^
양병규 [bkyang]   2018-01-11 11:37 X
우와~ 이걸 다 읽었어요.  집 한 채 지은 것 같습니다. 아이구 힘드러~~~ ㅋㅋ
여튼 대단하십니다.
말이 쉽지 (아니 말도 어려움 ㅋ)
개 집 하나 짓기도 힘든데요.
여튼 잘 하셨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 중 최고!!! ㅋㅋ

근데? 사진은요? 간절히 보고 싶네요.
오랑캐꽃 [oranke]   2018-01-11 12:45 X
고생많으셨습니다. 글로만 읽어도 삭신이 쑤셔와요~~
멋진 집에서 오래오래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험프리 [hjfactory]   2018-01-12 09:53 X
임프늼 철학이 느껴지는 집짓기네요^^ 고생하셨습니다.

날풀리면 연락드리고 한번 놀러가겠습니다.^^
박지훈.임프 [cbuilder]   2018-01-13 17:57 X
넵 김현수님 꼭 놀러오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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